시각적 자기운동(vection)은 사용자가 실제로는 정지해 있더라도,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강렬한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착각이 사용자 행동과 결합될 경우, 가상환경 내에서의 존재감(presence)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vection은 의도치 않게 실제 신체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쳐 비의도적 위치 이동(Unintended Positional Drift, UPD)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UPD 현상은 특히 제자리걸음 기반 이동(Walk-In-Place, WIP) 방식의 가상현실(VR) 내 탐색에서 두드러진다. WIP는 사용자가 실제로는 제자리에서 걸음 동작만을 모사하여 이동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몰입형 VR 환경에서 WIP 동안 vection이 UPD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가상 환경의 좌우 벽면에 배치된 주변 시야(optic flow)의 위치(좌, 우, 양측)와 속도(저속, 고속)를 조작하여 다양한 vection 조건을 유도하였다. 총 27명의 참가자가 6개의 vection 조건(3개 위치 × 2개 속도)과 1개의 기준 조건(optic flow 없음)에서 제자리걸음 과제를 수행하였다.
실험 결과, 양측 vection은 특히 좌우(lateral) 축 방향으로 가장 큰 UPD를 유발하는 반면, 단측(좌 또는 우) vection은 오히려 측면 이동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주변 optic flow의 속도는 UPD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UPD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몰입형 가상환경 설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